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다. 다행히 위암은 일찍만 발견하면 치료 효과가 매우 높다. 조기위암부터 이후 전이가 시작되는 진행위암까지 통상 몇 개월이 소요되며, 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중기, 말기까지 각 단계별로 얼마나 빨리 암이 진행될 수 있는지 정리했다.
위암, 얼마나 빨리 자라나
위암이 발달하는 속도(위암 성장 속도)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연령과 건강상태, 환경적 요인, 암 세포의 종류 등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50세 남성을 기준으로 하면 1년에 0.5~1㎝쯤 자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. 이중 가장 중요한 변수는 ‘조직 분화도’다. 암 전문의들은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고,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을 ‘분화도가 좋은 암’이라고 하는데 모양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에서 ‘예쁜 암’이라고도 부른다. 이런 암은 1년에 1센티미터 이상 자라는 경우가 드물다. 하지만 ‘분화도가 좋지 않은 암’, 즉 ‘못 생긴 암’은 심하면 한달 만에 1센티미터 이상 크게 자라기도 한다. 나이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. 보통 60~70대 고령자는 절제 수술이 어려운 말기 위암이라도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1년에 0.5cm 정도 자라는데 그칠 수 있지만, 20~30대 젊은 환자는 암이 전이되거나 자라는 속도가 노인보다 2~3배 이상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. 다만, 연령에 따른 위암 진행 속도는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.
초기 증상 눈에 띄지 않아… 대부분 건강검진 통해 발견
조기 위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80%에 달한다. 10명 중 불과 1명 꼴로만 속쓰림을 느낄 정도로 초기 위암의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. 그런데도 위암이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은 보통 1년에 한 번 하는 정기 건강검진 덕분이다. 내시경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. 조기 위암은 위 내벽의 점막이 헐어서 상처가 난 궤양의 형태로 나타나는데, 보통 소화불량과 속쓰림 정도의 증상을 보여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. 이처럼 증상이 거의 없는 조기 위암의 발견에 가장 좋은 방법이 위내시경검사다.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받는 것이 권고된다.
‘조기위암’에서 전이 시작되는 ‘진행위암’까지 약 34개월
위암의 진행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? 서울대병원 이혁준 교수팀이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위암으로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을 방문한 1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, ‘조기위암’ 환자가 전이가 시작되는 ‘진행위암’으로 악화되는데는 약 34개월이 걸렸다. 조사 대상 환자는 합병증, 치료걱정, 대체요법, 경제적문제 등의 이유로 5개월 이상 수술과 같은 적극적 암 치료를 하지 않은 환자들이었다. 즉,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위암이 단계별로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를 알아본 것이라 할 수 있다.
구체적인 단계(병기)별로는 ▶︎1기→2 기: 34개월 ▶︎2기→3기: 19개월 ▶︎3기→4기: 2개월이 소요됐다. 초기 위암의 크기가 2배로 커지는 데는 대략 1년이 걸렸다. 단계별 생존률도 위암에 걸리고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 위암 1기 환자는 평균 63개월, 2기는 25개월, 3기는 13개월, 4기는 10개월 후 사망에 이르렀다.
일반적으로 위암 완치율이 1기에서 90%, 2기에서는 75%, 3기의 경우에도 45%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 위암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보여진다. 특히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 아무리 초기 위암이라도 5년 내외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.